힐링역사여행⓶
비엔나의 로맨틱 코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왈츠’와 ‘비엔나커피’가 아닐까 한다.
천재 예술가들의 숨결이 도시 곳곳을 적시는 비엔나에서
그들의 향과 아름다움을 쫓아가는 것 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은 원조 비엔나커피의 품격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그토록 비엔나커피를 사랑하였을까?
또 비엔나커피에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비엔나커피 애호가였던 모차르트,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그리고 합스부르크 왕가를 들 수 있다.
그들의 단골 카페를 찾아가는 것 또한 비엔나의 즐거운 미션이다.
글 전영의
비엔나와 커피
독일어로는 ‘빈’, 영어로는 ‘비엔나’!
오스트리아의 수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나는 낭만과 감성이 찰랑거리는 듯한 ‘비엔나’라는 단어에 더 끌린다.
그래서 ‘비엔나’가 주는 낭만을 들고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렘브란트, 알프레드 뒤러 등 수많은 예술가를 품은 예술의 성지 비엔나를 여행했다.
비엔나에서 그 천재 예술가들만큼 유명한 것, 바로 커피다.
그중에서도 비엔나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
오스트리아가 헝가리를 지배하던 이중국가 시절, 비엔나를 침략한 오스만튀르크는 비엔나를 손에 넣지 못한 채 자국으로 돌아갔다.
이때 공을 세운 오스트라아-헝가리 제국의 통역사는 정부로부터 오스만튀르크 군이 버리고 간 커피 자루를 선물로 받아 비엔나에 커피 하우스를 열었다.
처음에는 귀족과 예술가들이, 차츰 여성들이 출입하면서 비엔나에서 커피가 유명해지게 되었다.
비엔나에서는 ‘비엔나커피’를 ‘아이슈펜나’라고 부른다.
아이슈펜나는 ‘말 한 필이 끄는 마차’라는 뜻으로 당시 마차를 몰던 마부들이 한 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는 커피가 쏟아지지 않도록 커피 위에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얹어 마신 것이 비엔나커피의 시초가 되었다.
모차르트의 단골 카페이자 합스부르크 왕가에 케이크를 납품했다는 카페에서 비엔나커피의 한 종류인 멜랑쥬와 초콜릿 스펀지케이크 자허토르테를 주문했다.
모차르트,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랑을 받아 그들만큼 높은 명성을 갖게 된 휘핑크림 듬뿍 얹은 비엔나커피가 나의 테이블로 왔다.
그들이 있어 비엔나커피가 더 특별했다.
쇤브룬 궁에서 만난 마리아 테레지아
1,441개의 방을 가지고 있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 쇤브룬 궁전.
그중 22개의 방을 관람했다.
불꽃처럼 명멸했던 영웅들의 이야기, 천재 예술가들의 작품과 인생,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과 그 뒤안길이 쇤브룬 궁전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꽃은 지고 나무는 푸름을 떨군 겨울이었지만 쇤브룬 정원에는 한 시절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력이 깃들어 있었다.
정원의 끝자락 언덕배기에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마리아 테레지아가 승전 기념으로 세운 글로리에테 기념비가 궁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다.
왕자가 아닌 공주로서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상 최초로 왕위에 오른 마리아 테레지아.
8명의 딸을 주변국에 시집보내는 결혼 정책으로 가장 18세기다운 통치자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16명의 자녀 중 6명이 그녀가 살아있는 동안 죽었고 막내딸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의 이슬이 되었다.
모차르트의 프러포즈
여섯 살 모차르트가 마리아 테레지아 가족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그녀의 막내딸인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청혼을 했던 거울의 방.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름다움에 반한 모차르트는 연주를 마친 후 그녀에게 달려가다 그만 넘어졌다고 한다.
그때 모차르트를 일으켜주던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모차르트는 ‘커서 공주님과 결혼하고 싶어요!’라며 청혼을 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상기된 얼굴과 당찬 프러포즈에 웃음꽃을 터트렸을 합스부르크 왕가의 한때가 유쾌하게 그려진다. 어린 모차르트의 두근거림이 전해지는 듯하다.
클림트의 선물
벨베데레 궁전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작 ‘유디티’와 ‘키스’를 만났다.
이것이 원작의 위용인가!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묘한 기운이 시선을 압도한다. 화폭을 질주하는 색채가 현란하다.
클림트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색이고, 클림트만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앞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것은 그 화려한 명성으로도 영혼을 덥히지 못했던 클림트의 추위가 작품 속을 배회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클림트의 외로움을 본듯하다.
벨베데레 궁전을 나왔다. 여행의 발걸음이 묵직해졌다.
그 묵직함은 열 시간을 날아 이곳에 온 여행자에게 주는 클림트의 선물이 아닐까 한다.
길 위에 서서 길이 주는 무한한 공간을 바라본다. 궁전을 등지고 서서 발을 딛고 있는 곳으로부터 무한히 이어지는 길과 그 길 위로 펼쳐지는 풍경을 고요히 바라본다.
오래도록 비엔나를 걷고 싶다.
카페, 상점, 거리 어딜 가나 모차르트, 비발디, 베르디, 차이코프스키, 요한 스트라우스의 음악이 흘렀다.
그들이 비엔나에 쏟아놓은 향과 아름다움은 도시 곳곳을 흘러 비엔나를 걷고 또 걷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비엔나로 젖어 든다.
나도 지상에 누군가 어느 한순간 깃들어 걸을 수 있는 길 하나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천년의 고도와 유럽을 태동한 다뉴브강이 흐르는 부다페스트로 간다.
전영의
영화 관련 잡지 기자로 근무했으며, 계간지 <겨자씨> 편집장을 맡았다.
현재 한국사, 세계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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